동백서가
블라블라·

'내 일'을 '타로'로 보지 말아야 하는 이유

타로를 배웠다.
내가 배우고 싶었던 것은 아니고, 순전히 가족의 권유였다.
나는 어릴 때 부터 직관, 그러니깐 감이 좋은 편으로 조선시대에 태어났으면 무당 혹은 중매쟁이가 됐을 거란 이야기를 곧잘 들었었다. 나도 꽤나 동의하는 편이고.
귀신을 봤다... 라고 하기엔 너무 비과학적이니깐 좀 그렇긴한데, 그래도 겪어본 여러가지 일들에 '귀신'이란 단어를 넣으면 쉽게 넘어가는 일들도 몇개 있다.

그래서 어느 날, 타로를 배워보면 어떻겠냐는 질문에 거부감이라곤 전혀 들지 않았다.
바로 카드를 사고, 바로 수업을 들었다.
'타로심리상담사'라는 자격증이 있는데, 많이 저렴한 민간 자격증.
이 자격증이 증명해주는 바는 거의 없고, 그냥 수업이 괜찮아서 들었을 뿐이다.
그리곤 곧장 현장투입! 주변인들의 고민들을 들어주기 시작했다.
대부분은 타로가 아니어도 들어주고, 해결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 고민들이었다.
그러나 타로카드를 펼치기 전까지는 그런 고민이 있는 줄도 몰랐다.

카드를 펼쳤기에 들을 수 있었던 고민들.

그러다 재미있는 질문이 들어왔다.
귀걸이를 잃어버렸는데 찾을 수 있는지 카드로 알 수 있냐고.
타로카드를 볼 때 필요한 건 '질문'과 '카드'뿐이므로 시도해보았다.
스트레스나 추억 관련된 카드는 없이, 거리가 짧은 카드들이 나왔다.
조만간 찾을 거고 직장보다는 집을 다시 뒤져보라고 했다. 설마 여기있겠어? 라고 그냥 지나친 곳들, 그곳들을 다시 찾아보라고 했다. 그리고 다음 날 저녁, 귀걸이를 찾았다는 연락이 왔다. 어째서 그곳으로 날아갔는지 도저히 상상할 수 없지만, 어쨌든 샴푸통 뒤에 있었다고. 샴푸통에 맞아서 바닥에 떨어지는 건 상상이 가도, 샴푸통 뒤로 쏙 들어가 있는 건 상상도 못했는데, '설마 여기있겠어.'라는 생각으로 샴푸통을 들어봤다고.

그리고 그저께.
엄마가 핸드폰을 잃어버렸다며 발을 동동 굴렸다.
케이스엔 카드도 꽂혀있었고, 그걸 다 떠나서 핸드폰 메모장 속에 엄마의 모든 것이 들어있었다.
차에도 없고, 집에도 없고. 차를 옮겨 타다가 떨어뜨린 것 같다며 공용주차장까지 다시 나갔다.
손전등을 키고 주차장 아스팔트 바닥을 다 뒤졌는데도 핸드폰을 나오지 않았다.
잠깐 옮겨탔던 지인의 차에 있나 싶어 지인의 집에도 찾아갔지만 소용없는 짓이었다.

혹시나하는 생각으로 타로를 뒤집었다.
오늘 내로 무조건 찾을 수 있고, 찾기 위해서 특별히 따로 뒤져볼 곳도 없다고.
몇 번을 뒤집어도 가까이에, 집에, 무조건 찾는다는 카드들만 떴다. 어디서 찾으라는 힌트도 없었다.
그만큼 손닿는 거리에 그냥 쉽게 찾을 수 있는 곳에 있다는 의미였다.
그래서 엄마가 했던 행동을 거꾸로 하기 시작했다.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가방을 챙겨들고, 서점 문을 열고 나에게 인사하고, 우편함을 살피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현관문을 열고... 이것을 거꾸로 하나씩 더듬었다. 엘레베티어를 타고 내려가 우편함을 열고 닫은 후, 서점 문을 열었다.

그 순간 서점 슬리퍼 위에 떨어져있는 엄마의 핸드폰을 발견할 수 있었다.
슬리퍼가 완충작용을 하는 바람에 핸드폰을 떨어뜨리고도 떨어지는 소리를 못 들은 것이었다.
나는 '타로의 신'이 되었다.

뭐든지 타로로 다 맞출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래서 뒤집었다. 질문은 '오늘 내로 서비스센터에서 전화가 올까요.'
무조건 온다는 답이 떴다. 두번을 뒤집었다. 두번 다 80% 이상 연락온다는 카드들이 나왔다.

하지만 아무런 연락이 오지 않았다.
이 글을 쓰는 순간 까지도 연락이 없다.
카드에 나온 80% 정도의 '온다'라는 건 타로를 보내는 내 마음이 반영된 것이리라.
제발! 오늘 좀 연락왔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 말이다.

자격증 수업에서도 그랬다. 본인 관련된 것은 하나도 안 맞으니 하지 말라고.
엄마 핸드폰은 찾았지만, 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연락은 맞추지 못했다.
에라이.

웹소설을 쓰다가 가끔 타로를 본다.
지금 쓰고 있는 원고 합격 할 수 있을까?
그 결과에 따라 그날 글 컨디션이 달라지곤 했다.
안 맞는다고, 하지 말라는데도 매번 그렇게 카드를 뒤집었었다.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으려 한다.
나의 바램이 들어간 카드는 나의 바램만 보여줄 뿐, 맞추지 못한다는 걸 깨달았으니까.
어딘지 조금 자유로워진 기분이다.

물론, 서점에 놀러오신 분들의 타로는 여전히 봐드립니다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