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백서가
서점일지·

서점을 운영한다는 건...

모든 손님들이 묻는다.

서점 운영하기 힘들지 않아요?

육체적으로는 사실 힘들 게 없다. 회사원들에 비하면 노동강도가 현저히 낮다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다.
내가 다녔던 직장이 빡셌던 것도 있겠지만 (8시 30분 출근에 새벽 2시 퇴근했음. 물론 코로나 이전..)
직장시절을 떠올리면 서점지기의 삶은 매우 한가롭다.

하지만 힘들다! 다들 힘들다고 말하는 부분은 이런 육체 노동이 아니라 '금전'이야기이고,
실제로 금전적으로 매우 힘든 게 맞다!!

그럼, 왜 서점 운영이 힘든가.

  1. 대형서점 혹은 출판사와의 거래 시 대부분 현금을 내야한다.
    이 부분이 진짜 힘들다. 손님들은 카드를 이용하지만 나는 현금을 써야한다.
    카드는 결제일로부터 영업일 기준 2~3일 뒤에 입금되는 것이 평균.
    책장은 텅텅 비는데 책 살 돈이 입금이 안되서 책을 못 산다. 책장이 비면 막 불안초조함이 밀려오는데 당장 책을 못사는 심리적 압박감! 그리고 동백서가는 제주도에 위치함으로 택배비를 내지 않으려면 최소 20만원 이상을 주문해야한다. 택배비 6,000원... 이것도 쌓이면 꽤 큰 돈이라구요......... 흑흑 택배비 무료 제발 좀.

  2. 손님이 없다?!
    이건 반은 맞고 반은 틀리고. 나 같은 경우는 서점을 열 때 일주일에 손님이 1명 올걸로 예상했다.
    신생 서점이니깐. 그리고 위치가 너무나도 깡촌인데다가 관광지도 아니니까. 기대를 안했다.
    기대를 안 한것 치고는 손님들이 제법 오는 편. 물론 하루에 1명도 안오는 날이 당연히 있지만,
    나는 일주일 내내 손님이 안 올걸로 생각하고 오픈했기에, 내 기대치에 비하면 많이 오는 편이다.
    근데 아마 나처럼 이렇게 낮은 기대치로 서점을 여는 사람은 별로 없을 테니까, 손님이 없어서 힘든 것도 어느정도 맞는 말.

  3. ...............????

의외로 힘든 점이 2개에서 끝났네?
이래서 기록이 중요하다. 머릿속에서 막연히 생각할 때는 힘들어, 너무 힘들어....지만 글로 쓰면 정리와 함께 객관적인 시선이 되어 뭔가 심플하게 끝이 난다.

어쨌든 1, 2만 보더라도 서점을 차려서 부귀영화를 누리는 건 좀 힘들어 보이는데 왜 서점을 열었냐.
나 같은 경우는 로망+노후 였다. 기계쪽 일을 안한지 너무 오래되서 취직하기에는 어렵고, 그렇다고 평생 웹소설을 쓰면서 살기에는 그다지 글을 잘쓰는 편도 아닌지라 제2의 직업이 필요했다.
그러다 마침 적당한 공간이 나왔고, 이 공간에서 뭘 하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글도 쓰고 있으니깐 글과 관련된 서점을 열자- 라고 생각하게 된 것. 백발의 호호할머니가 되서도 서점은 운영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한 몫했다. 서점을 운영하는 웹소설 작가, 웹소설 작가가 운영하는 서점. 뭔가 살짝 낭만도 있는 것 같고...?! (언젠가 일반 문학에도 도전하고 싶지만 우선은 판타지 세계관 짜는 게 재미있어서 한동안 계속 판타지 쪽 쓸 듯)

그래서 결론은?!
힘든 점이 고작 2개네요? 징징거리지 않고 열심히 운영하도록 하겠습니다.
동백서가는 저의 마지막 직업이자 직장이니깐요. 관에 들어가는 그날에 문 닫을 예정...
백발에 호호할머니가 될 때까지, 같이 독서하고 필사하면서 놀아요!